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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수능을 앞둔 고3 교실은 무기력 그 자체, 문제는 '경쟁'에 있다
공지사항
기사게재일 : 2022.11.15출처 : 무등일보조회수 : 0

수능이 다가오면 매체에서는 모두가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는 고3 교실과 함께 그동안 고생한 학생과 교사의 인터뷰가 나가고, 수능 날 긴장된 어깨로 시험장에 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이 나온다. 지금도 이런 모습이 뉴스에 나온다. 뉴스 만드는 사람이 옛날 사람이라서 그렇다. 그 화면은 다 연출된 화면이다. 옛날 옛적 수능, '라떼 수능' 풍경이 지금도 뉴스에 나온다니.

지금 수능을 코앞에 둔 고등학교는 미디어에 나오는 교실 모습과는 완전히 정반대이다. 사실상 이 시기에는 '교실이 없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수업공동체가 상실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대학입시를 향할수록 공동체는 점차 붕괴되고 있다.

입시의, 입시에 의한, 입시를 위한 고교교육과정은 학교 공동체를 어떻게 붕괴시킬까?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등학교 1학년이 65.5만원으로 가장 높다(2021년 사교육비 조사). 고1이 가장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업이 따라가기 어려워서, 또는 학교에서 잘 못 가르쳐서가 아니다. 학교 성적을 잘 받아야 수시전형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학교내신은 상대평가이므로 다른 학생과의 경쟁이다. 다른 학생보다 더 많이, 빠르게 준비하여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줄을 잘 세워야 하니 학교시험에는 킬러문항들이 배치된다. 변별을 위해서 동점자가 발생해서는 안되므로 고교에서는 소수점 배점이 일상화 되어있다. 교사들은 킬러문항에 소수점 배점으로 출제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과 부담을 느끼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상위권이 아닌 나머지 96%의 학생들은 당연히 틀려야 하는 문항이므로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문항들이다. 평가문항이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상실했지만 입시를 위해 꼭 필요한 문항이다. 국가 주관의 수능도 등급변별을 위하여 킬러문항을 공공연하게 출제하므로 이것은 바람직한 일이 된다.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을 가르치고, 잘 학습하였는지를 확인하고 다시 보완해주고자 하는 것이 평가의 목적이자 본질인데, 입시에 반영되는 것은 '등위'이기 때문에 그 본질을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지출과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다.

최대한 다양한 수업기법과 평가 방식을 통해 학생 개개인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노력은 '수행평가 점수표'라는 경쟁 도구에 다시 한번 좌절된다. 발표, 프로젝트 수업, 토론 수업, 서술형, 논술형 평가 등 다양한 방식은 그 자체가 배움의 과정으로도 매우 의미가 깊은 것이만 그것으로 끝낼 수가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수행평가에 반영하든지,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세부특기사항에 올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수행평가는 내신성적에, 특기사항은 학생부종합전형에 사용될 수 있는 '입시자료'이기 때문이다. 발표나 토론, 조별 활동을 시키면 '이거 수행평가에 반영돼요?' 또는 "이거 생기부에 써줘요?"라고 먼저 묻는 학생들을 계산적이라고 탓할 수 없다. 경쟁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하루하루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에게, '이건 배움 자체에 의미가 있는 거니까 열심히 해보자'라는 말은, 너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입시에는 반영되는게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말이다. 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친구와의 경쟁으로 도움과 협력을 거부하는 학생'이 있다는 응답은 88.89%에 달했다.(전교조, 대학서열 해체 및 대입제도 개혁안 조합원 설문조사)

내신경쟁이 어느 정도 뒤집히기 어려운 서열의 결과로 드러나게 되면 영포자, 수포자 등 '○포자'로 표현되는 배우기를 포기하는 학생이 속출한다. 또한 입시에 직접 연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다른 과목들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서서히 수업공동체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내신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면 학교 성적은 버리고 수능에만 집중하겠다는 '정시파이터' 류의 학생들도 등장한다. 교사는 앞에서 수업 중인데 이어폰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거나, 자기가 공부하는 문제집을 푼다. 고등학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입시가 되어버렸는데, 입시를 잘하겠다고 자기만의 전략을 택한 성인 직전의 아이들에게 강력하게 수업에 참여하라고 어떤 조치를 할 수도 없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교실 풍경은 3학년 1학기까지 이어지고 가장 극대화된다. 3학년 1학기는 마지막으로 학교 내신성적이 대입에 반영되는 시기이고, 입시에 반영되는 비중도 가장 크기에 학생들의 경쟁은 더욱 심화된다. 그리고 3학년 2학기가 되면 수업파행과 무기력이 교실을 지배한다.

3학년 2학기 성적과 출결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으므로 정상적인 수업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시 접수가 끝난 이후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 수업에 집중하고 참여할 이유가 없다. 하루 종일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그것도 질리면 엎드려 잠을 청한다. 학생들은 핸드폰이 너무 재미있어서 보는 게 아니다. 할 게 없고, 할 이유도 없고, 시간을 때울 방법이 없어서 핸드폰을 보는 것이다. 고3 교실에서 5명만 수업에 참여한다는 조사 결과(민형배 의원실)도 있다. 3학년 2학기가 반영되지 않는 현행 입시제도로 인하여 교사도, 학생도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수업파행이 더욱 심각화되어 학생들은 이제 등교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날짜를 치밀하게 계산하여 '현장체험학습제도'를 이용해 출석을 인정받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3 교실이 무너져내리다 못해 사라지고 있다.

과거 수능 위주의 입시제도에서 나온 폐단을 막기 위해 지금의 다양한 입시제도가 생겨났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제의 근원인 '경쟁'과 '대학서열'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학벌사회에서의 경쟁적 입시제도는 학교성적을 반영하는 수시일지라도, 또는 수능점수로 한 번에 줄을 세우는 정시일지라도 '경쟁'에 근거하는 한 그 어떤 폐단도 막을 수가 없다.

학생들이 친구와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성장의 경험을 하도록, 학벌을 획득하기 위한 진학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학문 탐구를 위한 진학을 할 수 있도록, 대학 서열의 해체와 대입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박새별 광주과학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