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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둑맞은 학생들의 집중력을 되찾으려면
공지사항
기사게재일 : 2024.01.30출처 : 무등일보조회수 : 0


2023년 2학기 시작을 앞두고 전교조 광주지부에서는 전문가를 모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학생들을 이해하고 지도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한 연수를 개설했다. 연수는 순식간에 마감되었다. 학교 현장에서 엔데믹 이후 급증한 ADHD 진단을 받은 학생들이나 유사한 증상을 가진 학생들의 지도에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방증이었다. 친구들과 놀다가 갑자기 때리고 욕을 하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거나, 자리에 앉지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니는 등 코로나 이전에 비해 자기 규제나 자발적 주의집중 수준이 제 연령의 발달 단계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문제들을 발견하여 보호자와 상담하는 일은 교사들에게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큰 스트레스다. 보호자의 협조적인 태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수업이 가능한 교실을 간절히 바라며 보호자와 상담을 청하면서도, ADHD 진단을 받은 이후 수 년 간 약을 복용하며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학생의 처지와 학부모의 노고를 생각하면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요한 하리는 그의 저서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생물학적인 요인이 아니라 안정적이지 못한 가정환경이나 획일화된 학교 제도 때문에 어린이 ADHD 환자들이 급증한다고 보았다. 놀이를 통해 배울 기회를 얻을 때 더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변하는 우리의 뇌, 그러나 아이들로부터 놀이를 빼앗고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경쟁과 시험으로 몰고 간 어른들, 사회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유의미한 활동을 찾고, 자기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회할 공간을 찾고, 신체 활동을 하고, 잘 자고, 뇌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안정감을 느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교사로서 어린 학생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발달에 그렇게 소중한 것들이 팬데믹 시대, 보호자들의 생계 문제와 함께 되면서 급속도로 결핍되었다. 특히, 돌봄과 놀이, 그 빈 자리는 디지털 기기가 빠르게 점령했다. 디지털 기기는 학생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문해력, 창의력, 공감 능력, 관계성 등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학생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SNS 세계에 입문함으로써 눈앞의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화와 적대감을 더 많이 표출하게 되었다. 이는 팬데믹 이후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급증하는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요한 하리의 지적한 것처럼 현실 속에서 언뜻 ADHD 환자처럼 보이는 학생들의 산만함, 공격성, 과잉행동은 디지털 기기 보급률과 함께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때문에 각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초, 중, 고등학교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교육정책들을 채택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개탄스럽게도 우리의 교육정책은 디지털 기기 보급률을 늘리고, 에듀테크를 학교 현장에 널리 퍼뜨리는 데 치중하면서 보다 심화된 경쟁, 입시 체제로 학생들을 내모는 등 경직되고 획일화된 과거의 모습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일례로 교육부의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 해 9월 처음 도입된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는 초6, 중3, 고2를 대상으로 시행되다가 2024년에는 그 대상이 초 3, 5, 6, 중 1, 3, 고 1, 2, 7개 학년으로 확대된다. 말이 자율이지 초3과 중1의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참여 여부를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한다고 밝혔으니 사실상 교육청에 전수평가 시행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과거와 다른 점은 전 학년 공통으로 컴퓨터 기반의 평가 방식이 도입되고 평가 결과를 교과별 성취수준 등을 담아 학교(급)에 제공된다고 하는 것이다. 갓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온 학생들까지 굳이 컴퓨터 기반으로 평가를 시행하겠다는 교육부의 야심찬 계획을 에듀테크 기업과의 연관성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기우일까? (제발 기우이길 바란다.)

교육부는 지난해 AI 교과서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AI가 공교육에서 활용된다는 점만 부각시켰다가 최근 "내년 3월부터 AI 교과서가 도입되면 전국 초·고교에서 생성되는 학습 데이터는 AI 교과서 제작 업체에 제공한다"며 디지털 교과서 제작 업체의 에듀테크를 활용해 생성된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이들 업체에게 다시 갖다 바치겠다고 선언했다. 한 술 더 떠서 업체 서버에 수집된 데이터를 모아 다른 업체들과도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 수렴은 전혀 없이 학생들의 학습 정보가 누구에게 넘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굳이 초3까지 컴퓨터 기반으로 시행되어야 하는 학업성취도 자율평가가 진정 학생들의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지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광주시교육청도 이러한 교육부의 기조에 매우 충실하다. AI교육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2023년 광주시내 전체 중'고등학생들에게 노트북, 태블릿 PC를 구입해 대여하겠다며 659억원 의 예산을 썼다. 정작 동의하지 않은 보호자와 당사자인 학생들이 상당수 있었음에도 광주시교육청에서는 일괄 구매해서 각 학교에 배부한 것이다. 그 뿐인가?

지난 9월에는 광주시교육청 주관으로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와 교원들이 만나는 'AI광주미래교육 Meet up Day'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이 행사에서 에듀테크를 활용해 수업을 하고 디지털 교육으로 전환해야만 미래교육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앞세워 민간 에듀테크 업체를 홍보하는데 교육청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AI와 분리될 수 없는 에듀테크의 속성상, 윤리적 경영 방침이나 사회적 약속 없이 계속해서 학생들의 학습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이윤추구의 도구로 사용하는 거대한 권력이 된다면 그 결과는 누가도 책임질 수 없다. 교육주체들의 심도 있는 논의도 없이 교육감 공약 사업이라며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디지털 기기 보급과 에듀테크 활용 수업으로 학생들은 진정한 미래세대의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있을까?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학생의 수학 성적이 떨어졌다"는 '2023 디지털교육백서', "에듀테크 활용 수업 방식은 대부분의 교과 수업 참여에 유의미한 영향을 나타내지 못했으며, 수학, 사회 교과의 행동적 참여에 부정적인 영향을 나타났다"고 기술한 '2023 교육부 연구보고서' 등 최근의 연구들은 디지털 기기 보급과 에듀테크 활용이 산만함, 공격성, 과잉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학교 현장에서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잘 살펴보라고 경고한다.

학생들의 도둑맞은 집중력을 더 이상 개인의 무절제, 개념 없는 보호자의 방임 때문이라고 몰아가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온전한 집중력을 되찾아 배움이 가능한 교실을 만들려면 그들에게 놀이할 시간과 공간을 더 많이 제공하고, 평가는 개별화, 다양화, 최소화하며, 발달과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전문 인력과 예산을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행복한 미래 세대가 되어 미래 교육으로 가는 야무지고 안전한 정주행이다.?노영화 일동초 교사